본문 바로가기
메모 지식 & 에세이

지위 게임 - 평등을 말하면서 우리는 왜 타인보다 우위에 서려 하는가? (2)

by 파페즈 2024. 9. 12.

will storr, status game
<지위 게임>, 윌 스토

 

지위 게임

 

반감과 징벌, 우상과 추종

게임에서 유능한 사람과의 관계에는 무서울 정도로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지위를 주며 그들에게 배우고, 그러면서 우리도 지위를 얻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끝도 없이 미움이 생긴다. 아마도 우리 뇌의 게임 기능과 현대의 비대한 게임 구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발생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 뇌는 작은 부족 집단에 특화되었지만 현대의 우리는—특히 직장과 온라인에서—거대한 게임을 수행해야 하고 그 게임에서 걸출한 사람들이 삼나무처럼 빽빽하게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다. 지위는 상대적이다. 남들이 높이 올라갈수록 우리는 아래로 내려간다. 지위가 자원이라면 남달리 잘 나가는 사람들이 그 자원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이다. 예외가 있는데 바로 우리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예술가, 사상가, 운동선수, 우리가 강렬히 동일시하는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를 상징한다. 이들은 우리 정체성의 한 조각, 우리 육신의 일부를 가지고 있어서, 이들의 성공은 곧 우리의 성공이고,  그래서 우리는 이들의 성공에 환호한다. 잠재의식 차원에서 이런 우상은 곧 환상적인 성공을 거둔 우리의 일면이다. 우리 안의 모방하고 아첨하고 순응하는 인지 체계가 우리 집단의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반감을 압도한다.

 

우리는 지위가 높은 사람을 우상화하고 추종할 때도 있는 반면, 쉽게 시기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고위층을 시기하는 감정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는 고대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고대의 수렵채집집단은 소규모 중심이며, 계층의 최상층과 최하층의 간격이 현대보다 훨씬 작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매우 일부인 대표성을 지닌 족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불평등이 최소화된, 계층이 균일화된 계급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심리학작 폴 블룸 교수는 이러한 이유가 사람들이 누구도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큰 권력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힘을 합쳐 투쟁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권위적인 행동의 신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은, 개인의 성과를 과도하게 드러내는 경우를 발견하면 반감을 갖고 집단적인 징벌을 가하게 된다. 현대에 이르러 사회의 구조는 크게 변화했으나 이러한 심리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경쟁자가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때는 고통을 느끼는 두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경쟁자가 실패하면서 지위가 추락하면 쾌감을 느끼는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결과를 보인 실험 결과는 꽤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반대로 고위층을 우상화와 추종하는 경우는 그를 경쟁자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인식하는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같은 경우는 우리와 경쟁하는 게임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경쟁자에 대한 징벌이 아닌 모방-아첨-순응의 심리가 작동한다. 상징적 대상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공식적인 게임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았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게임을 하도록 진화하지도 않았다. 다만 우리는 억울함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먼 옛날에는 이 위험한 정서로 인해 부족이 굴러가고 계층의 폭이 얕게 유지되었다. 위에서 으스대면서 자격도 없이 지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벌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렇듯 우리의 뇌는 경쟁자들을 징벌하고 그들의 성공을 보며 억울함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는 집단과 정보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것에 있다. 나보다 뛰어난 경쟁자들이 끝없이 넘쳐나고, 우리는 속절없이 그러한 정보들에 노출된다. 일상의 너무 많은 영역들이 시장과 효율의 논리에 따른 경쟁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인이 겪는 많은 불안과 고통들이 이러한 불일치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위게임을 간파하는 규칙들

저자는 지위게임을 간파하고 적절이 이용하기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소개한다. 인상 깊은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자.

 

작은 명성의 순간 만들기

지배 게임으로 넘어가려는 충동을 억제하고, 명성 게임으로 넘어가서 상대를 인정해주어라. 항상 명성 게임을 사용할 기회를 찾아라. 남들에게 지위가 높아졌다고 느끼게 해줌으로써 나의 지위 또한 확보할 수 있다.

 

게임의 위계질서 이용하기

우리가 지위를 얻는 방식에 대해 관찰해야 어떤 게임인지를 알 수 있다. "독재는 열 맞춰 거리를 행진하면서 무시무시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우리를 유혹한다". 단일적인 게임에 집착하기보다는, 여러 개의 게임을 갖는 것이 독재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도덕 영역 줄이기

"어떤 지위는 다른 지위보다 손쉽게 얻을 수 있다. (...) 지위는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남을 깎아내리면 내 마음속에서나마 내 지위는 올라간다. 남들을 판단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는가? 그래서 값싸고 오염된 지위를 얼마나 얻는가?"

 

균형 있는 사고방식 기르기

도덕을 고정된 실체로 보거나, 자기중심적 영웅과 악당의 이야기로 보아선 안된다. 도덕적 문제는 게임이고, 협상과 거래의 문제이다.

 

다르게 살기

"집단의 중요한 행동기준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작은 비순응(nonconformity)의 활동을 하여 성공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곧 독창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이렇게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게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만 해도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여러 해 동안 연구를 해오면서 나는 이 주제를 안다는 데서 위안을 찾았다. 젊음의 게임에서 청년들과 경쟁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루한 일이다. 새롭고 더 나은 게임을 찾는 편이 낫다.
게다가 나는 내 생각과, 그것을 자기중심적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생각의 기능을 더 많이 알아채게 되었다. (...) 사건들을 두고 영웅과 악당이 등장하는 도덕적 이야기를 자동으로 지어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상상의 중심에는 늘 지위를 건 싸움이 있다. 내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이 싸움이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나는 게임의 압박이 극심해지는 순간을 알아채는 법을 터득했다. 이처럼 이상하고 불안정한 꿈의 세계에서 승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새로운 상징이 계속 출현하는 순간이다. 더 날씬하고, 더 크고, 더 하얗고, 더 어둡고, 더 똑똑하고, 더 행복하고, 이런 직업적 성취와 저런 '좋아요' 수로 더 과감해지거나 더 우울해지는 순간. 나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런 상징의 수가 많은 만큼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누구도 세상의 모든 사람과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상기한다.
가장 힘든 순간에 꿈의 진실을 떠올려야 한다.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라 결승선이 없는 게임이라는 진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최후의 승리가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과정이다. 끝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누구도 지위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인생의 의미는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