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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지식 & 에세이

지위 게임 - 평등을 말하면서 우리는 왜 타인보다 우위에 서려 하는가? (1)

by 파페즈 2024. 9. 11.

The Status Game, Will Storr
<지위 게임>, 윌 스토

 

지위 게임

 

이야기로서의 지위 게임

특히 우리가 잠재의식 차원에서는 게임을 하듯이 살아가는 사이 의식 차원에서는 이 과정을 이야기의 형태로 경험한다. 뇌는 우리에게 저들이 왜 우리 위에 있고 저들이 왜 우리 아래에 있는지에 관해 왜곡된, 단순하고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를 공급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복잡다단한 현실이 선과 악이 대결하는 만화처럼 단순한 도덕적 갈등으로 축소된다.
우리가 관계와 지위를 얻기 위해 쓰는 전략이 우리의 정체성이 된다. 

 

전작 <셀피>와 마찬가지로 저자 윌 스토가 주장하는 핵심은 인간이 사실 그 자체를 경험하기보다는 이야기라는 렌즈를 통해서 세계를 보는 존재라는 것이다. <셀피>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개인의 정체성 또는 자아와 연결지어 설명했으며, 이야기를 생성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왜곡들에 대한 주의를 강조하였다. <지위 게임>에서는 인간 관계 및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야기인 '지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지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진화심리학적으로 살아남은 개념이다. 지위가 높은 개체와 집단은 생존이나 번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메타분석 연구들에 따르면, 지위가 낮은 집단과 높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질병의 유병률이나 평균 수명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경제성이나 건강 습관 등 제3변수를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결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작은 집단 안에서 받는 존경과 감탄이 주관적 안녕감을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타인의 인정이 생존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배와 명성

지위 게임은 크게 지배와 명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힘, 두려움, 통제와 주로 관련되며, 후자는 존경, 도덕, 기술, 성과와 관련된다. 이처럼 지위는 관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타인에게 받는 인정과 존경 등 다양한 맥락에서 해석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우리는 공격성을 드러내거나 상대를 위협하는 식으로 위계질서의 꼭대기로 꾸역꾸역 올라가려 하면서 종종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모습이 자신을 도덕적 영웅으로 상상하는 이미지와 불편하게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부정한다. 그리고 상황이나 적대자인 악당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렇게 뇌가 만들어 낸 환상은 우리가 실제의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예컨대 지위를 얻기 위해 노골적으로 지배적인 행동을 할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끼고 주변으로부터 적절한 인정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지위에서 지배 뿐만 아니라 도덕 게임 역시 주요한 요인임을 보여주는 특징이다. 같은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범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위를 얻을 수 없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에서도 살펴보았듯 신호 게임(signaling game)의 일종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지위를 원하는 신호를 감추는 것이 곧 본인이 조급하게 지위를 추구할 필요가 없는 여유가 있음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위 게임은 굉장히 복합적이며, '찰스 왕세자의 역설'이 보여주듯 겉으로 드러나는 공식적 지위와 비공식적 지위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위 욕구

사람들은 지위를 원하고(동기), 아이콘을 키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촉발 요인), 링크드인은 이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으로 이용자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서로 더 많이 연결되게 해준다(능력). 포그는 이렇게 말한다. "당시 링크드인에는 유용한 기능이 별로 없었지만 단순한 아이콘 하나가 패자로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욕구를 건드리며 강력한 효과를 냈다."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진정되는 지점은 없다.” 이 실험의 연구자들은 지위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보았다. “그것은 우리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다. 존중은 남들이 보내주는 것이므로 이론적으로 언제든 다시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위에 대한 욕구에는 한계가 없다. 그 이유는 지위가 물질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관계 속에 존재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만약 원하던 금액이나 장신구를 손에 넣는다면 그것으로 욕망이 해소되어야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궁극인, ultimate casaution)은 그 물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인간 관계에서 작용하는 지위 역할이며, 지위는 타인의 인정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이고 불확실한 개념이다. 따라서 지위 욕구는 완결되지 않고 끝없이 반복된다.

많은 마케팅들은 이 점을 이용해서 우리를 부추기곤 한다. 단지 스마트폰 화면에 비치는 아이콘 하나, 픽셀 조각 따위일 뿐이지만, 고대부터 이어져온 우리의 뇌는 그것을 높은 지위를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물로서 이해한다. 우리가 SNS나 사치품에 많은 노력을 쏟는 이유이다.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는 이러한 마케팅 구조와 욕구의 무한함을 인식하고 지위 욕구를 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