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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지식 & 에세이

안경 - 평가에 관하여

by 파페즈 2023. 12. 19.

 

IU CHAT-SHIRE album
아이유 - 안경 [CHAT-SHIRE]

 


대부분의 공적인 일은 결과로서만 평가받는다. 직접 참여해서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중간 과정을 소비자에게 이해받길 원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고, 더 냉정하게 말해 들여다보려는 것 자체가 피로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그 중간 과정을 '겪지 않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어떤 의미에서 이해는 소비의 목적과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러한 반면 문명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의 기대치와 구매의 편리함은 점점 늘어난다.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가능의 영역으로 들어왔고, 우리는 작동 원리나 공정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침대에 누워 클릭 몇 번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일로 수용하는 태도는 점점 줄어들고,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책임 또는 무능에 대한 평가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러한 과도한 기대가 타인을 향하면 소위 말하는 진상이 되고, 스스로를 향하면 채찍질과 자기혐오의 악순환이 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이해하려는 시도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이해를 수반하지 않은 설익은 기대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만든다. 애매모호한 영역에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으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내가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근거는 무엇이고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 요구는 나와 타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건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무리한 요구일 가능성이 있는가?

 

물론 이는 깊게 파고들자면 끝이 없으며 정신병을 유발할만큼 피곤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정반대로 안경을 내려놔버리는 것 또한 방법이 되겠다.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고 평가 내리는 대신,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힘을 빼고 나면 의외로 문제가 아닌 일들도 꽤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작디작은 문제를 따지고 들며 범인을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긴 인생을 잘 살아내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