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현재주의(presentism)
현재주의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경향성이다. 미래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실수, 다시 말해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서 미래를 상상하기 힘든 경향성을 말한다.
(따개비의 우화: 스폰지의 소원은 따개비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적 경험 안에서 가장 좋아보이는 것이 따개비였기 때문이다.)
지각과 상상의 영역
우리가 지각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기억이나 상상을 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는 거의 동일하다. 촉발되는 근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각과 관련된 예를 들어보자. 무언가를 보고 느끼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외부 사건이 눈과 시신경을 통해 시각 피질로 전달되면서 시각경험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한 감정이 촉발된다. 무언가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 또는 무언가를 보는 상상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기억(해마)/상상(전전두피질)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시각 피질로 정보가 전달되면서 시각경험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한 감정이 촉발된다. 구조와 과정이 거의 동일하다.
게다가 시각(vision)과 심상(mental imagery)은 이성적으로 구별할 수 있으나, 감정적 경험(feeling)과 미리 느껴봄(prefeel)은 뒤섞여버리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더욱 크다.
현실우선원리
진화론적으로는 현실을 지각하는 과정이 기본이고, 지능이 발달하면서 현실 지각 과정을 응용하여 기억과 상상이 가능해졌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각과 기억/상상 과정이 매우 유사한 것을 넘어서, 지각 과정을 기본으로 하되 보정을 거쳐서 기억/상상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억과 상상은 현실에 의해 오염되는 현실우선원리가 나타난다. 예컨대, 타조를 보면서 펭귄을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가 포만감을 경험하는 동안에는 허기 상태를 정확하게 상상하지 못한다. 지금 화가 나 있으면 미래에도 그 감정을 계속 느낄 것이라고 과대평가하게 된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임상심리학의 주요한 신념 역시 이러한 원리를 반영한다. '과거는 심리학적으로 고정된 사실이 아니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시간의 특성: 오감을 통해 경험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시간을 오감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다(보통 시각적으로는 공간화하여 이해한다. 가로축으로 그려서 표현하는 등). 이로 인해 우리는 현재를 기반으로 상상하고, 그 뒤에 시간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추가해서 보정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이때 현재가 하나의 기준점으로서 작용하여, 기준효과(Anchoring effect)가 발생한다.
감정은 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하고, 평가에는 비교 대상이 중요하다. 기준효과로 인해 비교 대상을 혼동하게 되면 감정을 예측하는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합리화(rationalization)
무언가를 합리적으로 만들거나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행위로, 심리적 면역 반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경험이 모호할수록, 다른 선택지가 없을수록, 불쾌의 강도가 클수록 더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우리의 자존감을 보호하여 삶을 영위하게끔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행동하지 않은 것보다는 행동한 것에 대해, 단순히 약간 짜증나는 경험보다는 아주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그리고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보다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심리적 면역체계를 발동시켜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측 당시에는 이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행동하기보다는 행동하지 않기를, 큰 고통보다는 약간의 짜증을,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는 구속보다는 자유를 선택한다.
색안경은 완전히 불투명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하게 투명하지도 않다. (...) 예를 들어 헬리콥터를 조종하고 옥수수를 재배하고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의 생존에 불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세상을 너무 선명하게만 볼 수도 없다. 우리가 헬리콥터를 디자인하고('나는 이게 분명 날 것이라고 생각해') 옥수수를 심으며('올해에는 최고급 곡식을 추수해야지'), 아기의 뒤치다꺼리를 참아내는('이게 다 행복이지 뭐') 등 우리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 없이도 살 수 없고 착각 없이도 살 수 없다. 그것은 각각 나름대로의 목적을 수행하고 서로의 한계점을 보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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