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의 기원
행복은 관념이 아닌 진화생물학적 현상
행복이 관념이라는 선입견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으로부터 유래된 것이고, 행복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행복은 진화생물학적, 뇌과학적으로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현상이고, 쾌락과 고통의 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 관념이 아니라는 것은, 의식되지 않는 영역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실제 연구 결과들이 이러한 무의식과 진화생물학적 이론과 잘 일치한다. 문명인으로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 역사가 1년일 때 2시간 미만이고, 현대인의 삶에 의식과 관념이 아무리 중요하게 여겨지더라도, 인간의 뇌는 매우 동물적인 형식을 갖는다는 것에 명심해야 한다.
매슬로우 욕구이론도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그 방향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아실현의 목적 역시 생존과 번식에 있다는 것이다(물론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관념적/의도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뇌가 이끄는 감정과 충동의 방향이 그렇다는 것이다).
행복의 목적: 생존과 번식, 인간 관계
행복이 발생한 이유 역시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적으로 생명체의 궁극적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따라서 생존과 번식을 위한 행동을 하게끔 만들고자 뇌에서 쾌락 또는 고통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인간, 곧 사회적 관계였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인간 관계는, 쾌락과 고통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
빈도의 중요성
행복에서 중요한 것은 강도보다는 빈도이다. 이는 '적응' 현상 때문이다. 뇌는 행복에 적응하므로, 일시적인 단일 이벤트로 인한 행복은 지속되지 않는다. 이는 행복의 목적이 생존과 번식임을 떠올리면 쉽게 설명된다. 생존과 번식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일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긍정-부정 정서의 독립성
동기-위생이론과 같이, 고통을 줄이는 것과 쾌락을 증가시키는 것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다른 현상이다. 정신병을 치료하는 것만으로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정신병리학으로부터 독립된 행복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이유이다.
행복을 증가시키는 요인: 외향성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행복과 상관관계를 가진 몇 안 되는 요인은 외향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해석이다. 내향적인 사람도 개인일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맺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 즉, 외향성과 내향성의 차이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행복을 느끼는지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차이점은 인간관계를 맺을 때 느끼는 심리적 부담의 정도에 있다.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 느끼는 어색함, 위험 가능성에 대한 민감도 등이 강하다면, 인간관계를 시작하는 장애물이 된다. 이러한 허들이 낮은 사람을 외향적, 허들이 높은 사람을 내향적이라고 한다. 오히려 허들을 넘고 관계를 맺었을 때 행복감은 내향적인 사람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적 관계의 빈도의 측면에서 외향성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불행 원인: 집단주의 문화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선진국에 비교할 때, 한국과 일본의 행복도는 매우 낮다. 그 원인은 집단주의로 인한 영향으로 생각된다. 집단주의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의사표현보다는 획일화된 기준을 중요시한다. 그 기준에 맞추어 우리는 스스로와 서로를 평가하고 계층화하게 된다. 즉, 타인에 대한 의식이 과도한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인간관계는 행복을 가져다주기 어렵다. 이러한 조건은 내향성과 같은 허들로서의 심리적 부담과 질적으로 다르다. 행복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생존과 번식이 그 목적이고, 그를 위한 핵심 역할이 타인과의 관계였다. 하지만 평가나 경쟁과 같은 조건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우리를 생존과 번식으로 데려다준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관계의 대체품으로서의 돈
집단주의로 인한 인간관계의 심리적 부담은, 인간관계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보다 '돈'이라는 대체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증가시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폐 이미지를 떠올린 경우, 서로 간 도움을 주거나 심지어 받는 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요약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물질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적응현상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 이벤트로서의 쾌락을 과대평가한 편견이다. 행복을 느끼는 빈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사소한 행복을 캐치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고, 그것을 반복해서 챙기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고, 신경가소성을 통해 사소한 행복에 쉽게 반응하는 뇌 회로가 만들어질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진화생물학적 조건인 뇌의 상태를 잊지 말아야 한다. 타인을 대체한 현대문명을 통해서 생존과 번식의 조건을 만족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의 뇌는 (과장하자면) 인간관계-기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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